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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진단을 받기 10년 전부터 뇌에서 서서히 시작된다고 합니다. 전체 치매의 60~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이 가장 흔한 원인인데, 주변에서 두 분의 사례를 직접 지켜보고 나서야 저도 이 숫자가 얼마나 무거운지 실감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나이 드셔서 그런가 보다 했던 작은 신호들이, 돌이켜보면 전부 초기 증상이었습니다.

치매 조기발견, 왜 그렇게 어려울까요
여동생의 시어머니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홀로 사시던 분이라 가족이 매일 곁에 있지 않으니, 초반 변화를 알아채기가 더 힘들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건강하게 생활하셨고, 건망증도 "나이 드니까 그렇지" 수준이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려두고 완전히 잊어버려 불이 날 뻔한 일이 반복됐습니다. 그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치매의 무서운 점은 본인이 이상을 가장 나중에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치매(Dementia)란 단일 질환이 아니라, 뇌 기능이 저하되어 기억·언어·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전반적으로 손상된 상태를 가리키는 증상군입니다. 쉽게 말해 뇌라는 하드웨어가 손상되면서 여러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오작동하는 상태입니다.
제 경험상 가족들이 가장 먼저 눈치채는 건 "왜 저러시지?"라는 막연한 불안감입니다. 그 불안감을 무시하지 않고 전문가에게 가져가는 것이 조기발견의 첫걸음입니다.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약 10%로, 고령화와 함께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출처: 대한치매학회).
알츠하이머와 혈관성 치매, 진행 방식이 다릅니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 중 가장 많은 것이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이고, 두 번째로 흔한 것이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입니다. 이 둘을 구분하는 이유는 진행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Amyloid)라는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면서 뇌 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아밀로이드란 정상 상태에서는 뇌에 거의 없어야 하는 단백질 덩어리로, 이것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신경세포 연결이 끊기고 뇌 기능이 점진적으로 무너집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는 완만한 내리막처럼 서서히 나빠집니다.
반면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이나 미세 혈관 손상 등으로 뇌에 혈액 공급이 차단된 부위가 생길 때마다 증상이 계단식으로 뚝 떨어집니다. 유지되다가 다시 혈관 사건이 발생하면 또 한 단계 나빠지는 방식입니다. 현실에서는 두 유형이 겹쳐 나타나는 혼합형이 적지 않아서, 진단이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친한 지인의 어머니 경우는 혼합형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평소 리더십이 강하고 활발하셨던 분이 어느 날부터 몇 년을 사용하던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를 자꾸 잊어버리셨고, 중요한 행사 일정도 빠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지인이 비밀번호를 메모로 적어 드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이미 초기 단계를 넘어섰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알츠하이머병: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 → 완만하고 지속적인 인지 기능 저하
- 혈관성 치매: 뇌혈관 손상 반복 → 계단식으로 증상이 악화
- 혼합형: 두 유형이 동시에 작용하며 예측이 더 어려움
- 레비소체치매(Lewy Body Dementia): 초기부터 환시(없는 것을 보는 증상)가 나타나는 특징이 있어 알츠하이머와 구분 포인트가 됨
단순 건망증과 다른 행동변화, 이렇게 구분합니다
저도 나이가 들수록 깜빡깜빡하는 일이 생겨서, 이게 그냥 노화인지 걱정이 되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구분 기준을 알고 나니 조금 명확해졌습니다.
첫째, 힌트를 줬을 때 떠오르느냐입니다. 단순 건망증은 옆에서 "그 사람 있잖아, 지난달에 만났던" 정도의 단서만 줘도 금방 기억해 냅니다. 아무리 단서를 줘도 전혀 떠올리지 못한다면, 그건 단기기억 저하와 다른 차원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둘째, 증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지입니다. 일시적으로 멍하거나 피곤할 때 깜빡하는 건 누구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상태가 2~3개월 이상 계속되고 조금씩 심해진다면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셋째, 큰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지입니다. 신경심리검사(Neuropsychological Test)에서도 실제로 이런 항목을 확인합니다. 여기서 신경심리검사란 기억력, 주의력, 언어 능력, 시공간 능력 등 뇌의 여러 인지 영역을 표준화된 도구로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가족 행사나 주요 뉴스처럼 누구나 기억할 법한 사건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 건망증과 다른 신호입니다.
여동생의 시어머니는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셨는데, 이것이 단기기억이 저장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또한 활발하셨던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바뀐 것도 초기 우울 증상과 전두엽 기능 저하가 함께 나타난 결과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성격 변화는 기억력 저하보다 훨씬 늦게 이상하다고 인식하게 됩니다.
가족이 먼저 지칩니다, 보호자 대처법
치매 환자를 모시는 가족이 겪는 고충은 당사자가 아니면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단기간의 헌신이 아니라, 수년에서 수십 년을 바라보는 장기 전입니다.
환자가 "며느리가 돈을 훔쳐갔다"거나 "천장에 뱀이 기어 다닌다"라고 하면, 가족은 본능적으로 아니라고 반박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반박이 오히려 환자를 자극해 흥분 상태를 키웁니다. 치매 환자에게 나타나는 망상(Delusion)은 사실이 아니지만 당사자에게는 완전히 현실입니다. 여기서 망상이란 논리적 설득으로는 바뀌지 않는 잘못된 믿음으로, 뇌의 추론 능력이 손상되면서 발생합니다. 반박하는 대신 "그랬군요"라고 일단 수용하는 것이 충돌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반면 환각(Hallucination)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거나 듣는 것으로, 망상과 구분됩니다. 환각은 항정신병 약물로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고, 흥분이나 공격성도 안정제 계열의 약물이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밤에 반복적으로 외출하려는 배회 증상은 약물 효과가 제한적이라, 현관 잠금장치를 복잡하게 바꾸거나 주변 환경을 어둡게 유지하는 비약물적 접근이 현실적으로 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중앙치매센터에서는 치매 가족을 위한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치매 증상에 대한 이해를 먼저 쌓는 것이 환자와의 충돌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출처: 중앙치매센터).
자주 묻는 질문
Q. 부모님이 같은 말을 반복하시는데 치매 초기인가요?
A. 단기기억이 저장되지 않으면 방금 질문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억나지 않아 반복이 생깁니다. 이 증상이 두 달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잦아진다면,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신경심리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회성이거나 피로할 때만 나타난다면 단순 건망증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알츠하이머 치매는 초기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나요?
A. 알츠하이머 초기에는 기억력 저하 외에 우울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본인도 어느 정도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냄새를 잘 못 맡거나 음식 간을 잘 못 느끼게 되는 것도 초기 신호 중 하나로,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와 후각을 담당하는 부위가 인접해 있기 때문입니다.
Q. 치매 초기 발견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나요?
A. 현재까지 치매를 완치하는 약은 없지만, 초기에 발견할수록 진행을 지연시키는 약물 치료 효과가 높습니다. 알츠하이머의 경우 원인 단백질인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주사 치료제가 승인 절차를 밟고 있어,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정밀인지검사와 신경심리검사를 서두르는 것이 유리합니다.
Q. 성격이 갑자기 변하면 치매와 관련이 있나요?
A. 성격 변화는 치매에서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전두엽이나 내측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면 감정을 억제하는 능력이 약해져 평소와 다른 충동적이거나 무기력한 모습이 나타납니다. 갑자기 조용해지거나, 반대로 사소한 일에 불같이 화를 낸다면 단순히 성격 탓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 상담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결론
치매는 당사자가 자신이 누구인지, 오래 함께한 가족이 누구인지 잊어버리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어떤 질환보다 가족 모두에게 긴 상처를 남깁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지거나, 평소 쓰던 단어가 잘 안 떠오르는 빈도가 높아진다면, "나이 드니까"로 넘기지 말고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신경심리검사와 정밀인지검사를 받아보실 것을 권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