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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폭식 (식이행동, 혈당스파이크, 만성염증)

하오(하루5분) 2026. 9. 4. 19:38

목차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달고 짠 고칼로리 음식을 배달 어플로 주문해 놓거나 평상복으로 갈아 입기도 전에 냉장고에서 달달한 간식부터 찾는 경험, 저는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는 것으로 푼다는 말이 딱 제 이야기였는데, 50대에 접어들면서 몸이 조금씩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달달하고 맵고 짠 음식이 정말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건지,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느끼도록 뇌가 착각하는 건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 차이가 결정적이었습니다.



    폭식하는 여성

    식이행동: 왜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달달한 걸 찾을까

     

    어릴 때부터 저는 한식보다 빵이나 라면 같은 인스턴트 음식을 훨씬 좋아했습니다. 취학 전 사진을 보면 비만 상태였을 정도였으니까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업무 스트레스나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달고 맵고 짠 음식이었습니다. 먹고 나면 정말로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고, 그래서 저는 오랫동안 이 방식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게 그냥 의지 문제가 아닙니다. 뇌의 보상 시스템(reward system), 즉 특정 행동이나 자극에 반응해 쾌감 신호를 만들어내는 신경 회로가 음식에 의해 자극받기 때문입니다. 달달한 음식을 먹으면 도파민과 엔돌핀이 분비되고, 실제로 혈당이 오르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cortisol)이 일시적으로 내려갑니다. 여기서 코티졸이란 부신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반응 호르몬으로,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면 면역 기능 저하와 감정 불안정으로 이어집니다. 뇌 입장에서는 꽤 합리적인 선택이죠.

    흥미로운 건 실제로 먹는 순간보다 '먹겠다고 기대하는 순간'에 도파민이 더 많이 오른다는 점입니다. 힘든 하루가 예정돼 있을 때 "끝나고 뭔가 맛있는 거 먹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버티는 경험, 저도 자주 했습니다. 이게 오히려 더 현명한 식이행동이라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실제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고도 보상 회로를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 달달한 음식 섭취 → 도파민·엔돌핀 분비 → 일시적 기분 개선
    • 혈당 상승 → 코티졸 일시 감소 → 뇌가 "효과 있다"고 학습
    • 기대감만으로도 도파민 상승 → 실제 섭취 없이 보상 회로 자극 가능
    요약: 스트레스 시 단 음식을 찾는 건 뇌의 보상 시스템이 만든 단기 전략이지만, 그게 진짜 스트레스 해소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혈당스파이크: 달달한 위안이 몸에 남기는 것

    저는 학창 시절 오랫동안 운동선수로 지낸 덕분에 근육량이 많아 살이 잘 찌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음껏 먹으면서도 '어차피 살 안 찌니까 괜찮다'고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50대가 되어서야 그 논리가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게 됐습니다. 체중은 그대로였는데 몸 곳곳에서 다른 신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니까요.

    고혈당 상태가 반복되면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우리 혈액 전체에 녹아 있는 당의 양은 고작 5~6g 수준입니다. 그런데 달달한 음식 하나만 먹어도 20g 이상의 당이 순식간에 들어오니, 몸은 혈당스파이크(blood sugar spike), 즉 혈당이 급격히 치솟았다가 떨어지는 현상에 대응하느라 인슐린을 과다 분비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혈당스파이크란 급격한 혈당 상승 후 인슐린의 과잉 반응으로 혈당이 급락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문제는 혈당이 다시 떨어지는 순간입니다. 뇌는 이 저혈당 상태를 위기로 인식하고 코티졸과 아드레날린을 급격히 분비합니다. 이 호르몬들이 사람을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듭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먹었는데 오히려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 올라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야식으로 달달한 걸 잔뜩 먹고 나면 한 시간쯤 뒤에 오히려 더 불안하고 공허한 감각이 밀려오던 게 바로 이 때문이었을 겁니다.

    더 나아가 고혈당 상태가 반복되면 미토콘드리아가 ATP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대량으로 만들어지고, 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이 분비됩니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이란 면역세포에서 방출되는 신호 물질로, TNF-α·인터루킨-6·CRP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하며 만성적으로 높아지면 조직 손상과 우울증 위험을 높입니다. 실제로 달달한 음료를 많이 마시는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우울감이 20~30% 높게 나타났다는 코호트 연구 결과도 있고(출처: PubMed / NCBI), 음료수 한 캔을 더 마실 때마다 우울증 발병 위험이 약 8%씩 올라간다는 수치도 나와 있습니다.

    요약: 혈당스파이크가 반복되면 스트레스 호르몬 조절이 무너지고 만성 염증이 쌓여, 스트레스를 풀려는 행동이 오히려 스트레스 총량을 높입니다.

     

    만성염증: 스트레스의 총량은 결국 올라간다

    40대 후반, 미래에 대한 불안과 외로움이 쌓이면서 우울한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 시절 저는 달달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살은 찌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2주 동안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는 상태가 됐습니다. 심한 우울증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오랜 식습관이 몸속 만성염증을 키웠고, 그게 우울증을 악화시킨 과정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만성염증(chronic inflammation)이란 급성 감염처럼 일시적으로 치솟는 게 아니라 낮은 수준의 염증 반응이 수개월, 수년에 걸쳐 지속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우울증을 '뇌의 만성 염증 상태'로 보는 시각이 의학계에서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맥락입니다(출처: WHO 우울증 팩트시트). 고혈당 자극이 반복될수록 HPA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 즉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으로 이어지는 스트레스 반응 조절 회로가 교란됩니다. 이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필요한 순간에 코티졸이 잘 분비되지 않고, 오히려 불필요한 때에 올라가는 조절 불능 상태가 됩니다.

    결국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할수록 스트레스에 맞서는 몸의 능력이 조금씩 깎여나가는 셈입니다. 물론 "저는 맨날 먹어도 괜찮던데요"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 경우엔 당장 체중이나 혈당 수치에 문제가 없었어도, 몸속에서는 조용히 변화가 쌓이고 있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염증과 스트레스 총량을 모두 올린다는 것, 이건 제 경험이 가장 솔직하게 말해주는 부분입니다.

    그 우울증에서 벗어난 건 역설적이게도 음식 덕분이었습니다. 다만 자극적인 음식이 아니라, 지인의 손에 이끌려 매일 점심마다 함께 먹었던 평범한 집밥이었습니다. 특별한 치료가 아니라 건강한 식사와 대화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업무에도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음식 자체보다 '어떤 음식을 어떤 맥락에서 먹느냐'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요약: 만성염증이 쌓이면 스트레스 조절 능력 자체가 약해지는 악순환이 생기며, 이 고리를 끊는 건 음식의 종류와 맥락을 함께 바꾸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트레스받을 때 단 음식 먹으면 진짜 기분이 나아지는 건가요?

    A. 단기적으로는 맞습니다. 달달한 음식이 도파민과 엔돌핀을 분비시키고 코티졸을 일시적으로 낮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효과는 길어야 30~60분입니다. 그 이후에 혈당이 급락하면서 오히려 불안과 초조감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고, 제 경험상 그 뒤에 오는 공허감이 더 컸습니다.

     

    Q. 가끔씩 달달한 거 먹는 것도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나요?

    A.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의 섭취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패턴과 빈도가 중요합니다.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달달한 음료를 매일, 양이 많을수록 우울증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올라갑니다. 가끔 먹되, 먹고 난 뒤 걷기나 가벼운 운동을 붙이면 혈당 변동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Q. 스트레스를 음식 말고 어떻게 푸는 게 좋을까요?

    A. 이 질문에 대해 "무조건 운동하세요"라는 답이 흔한데, 저는 그것보다 '기대감을 활용하는 방식'이 실제로 유효하다고 느꼈습니다. 힘든 하루가 예정돼 있을 때 미리 작은 보상을 계획해두면, 뇌의 보상 회로를 혈당 자극 없이도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먹는 것 자체를 무조건 막는 게 아니라 타이밍과 맥락을 바꾸는 접근이 오래 지속 가능하다고 봅니다.

     

    결론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달달한 음식이 당기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뇌가 그렇게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수십 년 그 방식을 써봤더니, 스트레스의 총량은 결코 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만성염증과 코티졸 조절 이상이 쌓이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우울증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먹는 행위 자체를 나쁘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걸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기대하기 시작하면 몸은 조용히 다른 방향으로 반응합니다. 저는 지금 냉장고에 달달한 간식 대신 야채를 채워두고, 힘든 날에는 먹는 것보다 먼저 짧게라도 걷는 것을 택합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게 제 몸이 50대에 배운 것 중 가장 실용적인 교훈이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6z6I7Tij6K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