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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달릴수록 심장이 건강해진다고 믿었습니다. 저도 그랬고, 주변 러너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달리면 달릴수록 몸이 무너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였습니다. 현기증, 울렁거림, 온몸에 힘이 빠지는 탈진감. 단순한 체력 문제라고 넘겼지만, 심장 전문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그게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뛸수록 건강해진다는 믿음이 무너진 날 - 러닝의 이중성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장거리 육상선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1학년까지, 하프 마라톤 선수로 뛰었습니다. 훈련 때도, 경기 때도 쓰러질 것 같은 고비를 이겨내며 완주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그때 느낀 건 현기증과 심한 울렁거림이었는데, 어렸을 때라 심장이 버텨줬을 뿐이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그 시절 습관이 남아서인지, 성인이 된 후에도 달리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달리다 보면 어지럼증과 불쾌한 메스꺼움이 찾아왔고, 바로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 온몸에서 힘이 빠지며 탈진된 것 같은 감각이 밀려왔습니다. 달리기를 포기하고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반복됐습니다.
심혈관 질환 전문의에 따르면, 2·30대 러너들이 새벽 러닝 도중 심정지로 병원에 실려 오는 사례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젊으니까 괜찮다는 방심이 문제입니다. 실제로 염증 수치가 높거나 콜레스테롤이 올라가 있고, 수면 부족과 직업적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 무작정 고강도로 달리다가 쓰러지는 것입니다. 국내 러닝 인구는 이미 천만 명을 넘어섰지만(출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그 모두가 안전하게 뛰고 있는 건 아닙니다.
- 2·30대도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 염증 반응, 수면 부족 등 심혈관 위험 인자를 가질 수 있음
- 나이가 젊다고 해서 심정지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음
- 자기 신체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은 채 시작하는 러닝이 가장 위험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 - 자각 증상을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제가 달리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기록이 아니라 몸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체력이 약한 탓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어지럼증과 메스꺼움이 정확한 경고 신호였습니다. 심장 전문의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자각 증상(subjective symptom)입니다. 여기서 자각 증상이란 본인이 달리는 도중 느끼는 호흡 곤란, 두통, 흉부 불쾌감, 다리 이상감 등 신체가 보내는 이상 신호를 말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러너들이 이 신호를 '이겨내야 할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이겨내고 달리면 더 강해진다"는 생각이 오히려 심장과 혈관을 망가뜨립니다. 달리는 도중 호흡이 평소보다 잘 안 당겨지거나, 왼쪽 다리가 갑자기 잘 들리지 않거나, 이유 없이 유난히 힘들다면 그건 컨디션 문제가 아니라 몸의 신호입니다. 즉시 속도를 줄이거나 멈춰야 합니다.
또 하나 효과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달리기 전에 맥박수를 기록해 두는 것입니다. 평상시 안정 시 맥박(resting heart rate)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두면, 달리기 전날이나 당일 아침 맥박이 평소보다 빠르게 느껴질 때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안정 시 맥박이란 완전히 쉬는 상태에서 1분간 심장이 뛰는 횟수로, 일반 성인 기준 분당 60~100회가 정상 범위입니다(출처: American Heart Association). 달리기 전부터 이미 빠르다면 그날은 쉬는 것이 맞습니다.
중강도 운동과 운동부하 검사 - 안전한 러닝을 위한 팁
러닝은 사실 인류가 고안한 운동 중 최고 수준에 속합니다. 전신 근육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지방이 효과적으로 연소되고, 심폐 기능을 꾸준히 자극해 혈압을 낮추고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선수 시절 꾸준히 달렸을 때 확실히 몸이 가볍고 체지방이 줄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효과만큼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강도입니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것은 중강도 운동(moderate-intensity exercise)입니다. 쉽게 말해 뛰고 나서 땀이 나고 숨이 좀 찼지만 '뭔가 했다'는 느낌이 드는 정도가 적정 수준입니다. 얼굴이 새빨개지고 쓰러질 것 같은 상태까지 몰아붙이는 고강도 러닝은 혈관 벽의 탄력 조직에 미세 손상을 반복적으로 줍니다. 혈관을 고무줄에 비유하자면, 너무 세게 당기기를 반복하면 결국 탄성을 잃고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동맥 경화(arteriosclerosis)로 이어지는 경로입니다. 동맥 경화란 혈관 벽이 딱딱해지고 탄력을 잃어 심혈관 질환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또한 고강도 운동을 장기간 반복하면 심장 자체가 비대해지는 심장 비대(cardiac hypertrophy)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장 비대란 심장 근육이 과도한 부하에 적응하면서 두꺼워지거나 커지는 것을 말합니다. 젊을 때는 버틸 수 있지만, 60대 이후 심장 근육의 힘이 매년 1%씩 감소하면서 커진 심장을 제대로 짜내지 못하게 되고, 결국 심부전(heart failure) 위험이 올라갑니다.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운동부하 검사(exercise stress test)는 이런 위험을 사전에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운동부하 검사란 일정 강도로 운동하는 동안 심전도, 혈압, 맥박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심장과 혈관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를 의미합니다. 자기 부담금이 3~4만 원 수준으로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심장 초음파와 함께 받으면 운동 관련 심혈관 위험을 상당 부분 미리 파악할 수 있습니다.
병원 방문이 부담스럽다면 계단 오르기로 간단히 자기 평가를 해볼 수 있습니다. 쉬지 않고 걷기로 10~15층을 올라갈 수 있다면 5~10km 단거리 러닝은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이 기준이 됩니다. 계단 한 번 올라보면 내 심폐 상태가 어느 수준인지 꽤 솔직하게 드러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달리다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면 그냥 참고 계속 뛰어도 되나요?
A. 저도 한때 그게 그냥 힘든 것이려니 했는데, 제 경험상 그 신호를 무시하면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현기증과 메스꺼움은 심장이나 혈관에서 보내는 대표적인 자각 증상입니다. 즉시 속도를 줄이거나 완전히 멈추는 것이 맞습니다. 컨디션 탓으로 넘기기 전에 일단 쉬는 것이 먼저입니다.
Q. 운동부하 검사는 어디서 받을 수 있고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A. 순환기 내과 또는 심장내과가 있는 병원이라면 대부분 받을 수 있습니다. 자기 부담금 기준 3~4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심장 초음파와 함께 받으면 운동 관련 심혈관 위험을 보다 폭넓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으니 사전 문의가 필요합니다.
Q. 고혈압이 있어도 러닝을 하면 혈압이 내려간다던데, 그냥 뛰어도 되는 건가요?
A. 중강도 수준의 운동은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고강도 러닝을 지속하면 오히려 혈관 탄력이 떨어지고 동맥 경화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고혈압이 있다면 러닝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고, 혈압약을 임의로 중단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Q. 병원 가기 귀찮은데 내가 러닝해도 괜찮은지 집에서 알아볼 방법 있나요?
A. 계단 오르기가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쉬지 않고 10~15층을 걸어 올라가면서 호흡과 맥박 상태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중간에 호흡이 너무 가쁘거나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일단 전문가 평가를 먼저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론
러닝이 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제 몸이 이미 오래전부터 그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걸, 심장 전문의의 이야기를 들으며 뒤늦게 이해했습니다. 제가 느꼈던 어지럼증과 탈진감은 나약함이 아니라 경고였습니다.
러닝은 여전히 좋은 운동입니다. 다만 '내 몸에 맞는 강도로, 몸의 신호를 들으면서' 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러닝을 시작하거나 강도를 올리기 전에 운동부하 검사나 심장 초음파를 한 번 받아보는 것, 그리고 달리기 전 안정 시 맥박을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제가 앞으로 실천해 보려는 방향입니다. 무리하지 않는 것이 더 오래 달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