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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와 어머니, 두 분 모두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당뇨'라는 단어만 들어도 몸이 굳는 편입니다. 올해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 들고 나서야 비로소, 두려움으로만 알고 있던 이 병을 제대로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뇨는 생각보다 훨씬 다루기 쉬운 병입니다. 단,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 뭔지, 저도 처음엔 몰랐습니다
당뇨의 원인으로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저도 단어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그게 실제로 몸에서 어떻게 벌어지는 일인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들을수록 어렵게만 느껴졌고, 결국 "살찌면 당뇨 걸린다"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란, 쉽게 말해 세포가 인슐린의 신호를 잘 받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우리 몸의 근육 세포와 지방 세포는 혈액 속 포도당을 받아들이기 위해 글루트 4(GLUT-4)라는 통로를 사용합니다. 여기서 글루트 4란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는 전용 채널로, 인슐린이 '초인종'처럼 신호를 보내야만 이 통로가 열립니다. 그런데 세포 안에 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 이 신호 전달 경로 자체가 방해를 받습니다. 인슐린이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세포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혈액 속에 포도당은 쌓이고,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내려 버둥댑니다. 당뇨 환자의 혈액을 보면 포도당과 인슐린이 동시에 높게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만할 때 당뇨가 많이 생긴다는 것도 이 맥락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지방 세포가 많아지면 신호 전달 경로가 망가지고, 포도당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인이 서구권보다 당뇨 유병률이 높다는 사실입니다. 출처: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한국 성인 6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이는 서구권의 일반적 유병률을 웃도는 수치입니다. 아시아인은 체구가 작고 췌장의 베타세포(인슐린을 생산하는 세포) 용량도 상대적으로 적은데, 식생활이 급격히 바뀐 탓에 그 한계를 빠르게 넘어버린 것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저 역시 이 설명을 듣고 나서야, 왜 우리 가족력이 그렇게 강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습니다.
- 인슐린 저항성: 세포가 인슐린 신호를 제대로 수신하지 못하는 상태
- 글루트 4(GLUT-4):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는 전용 통로, 인슐린 신호 없이는 열리지 않음
- 췌장 베타세포: 인슐린을 직접 만들어내는 세포로, 아시아인은 그 용량이 상대적으로 적음
- 지방 축적 → 신호 전달 경로 방해 → 혈당 상승의 악순환이 당뇨의 본질
당뇨 식단, 무조건 채식만 해야 하는가
저도 오랫동안 당뇨가 걱정되면 무조건 채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두 분이 돌아가신 걸 지켜봤으니 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식단을 바꿔가면서 알게 된 것은, '무엇을 줄이느냐'보다 '무엇을 늘리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당뇨 식단에 대해 "채식 위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 대사 측면에서 보면 탄수화물과 지방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탄수화물이 소장에서 완전히 분해되면 포도당이 됩니다. 이 포도당이 혈액 속으로 들어와 혈당을 올리는 것이므로, 당뇨 관리에서 탄수화물 조절이 가장 먼저입니다. 밥, 빵, 면 같은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 채식 여부보다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솔직히 제 경우엔 이 부분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긴장 속에 일하다 집에 오면, 달고 짜고 매운 인스턴트가 너무 당겼습니다. ADHD를 가지고 있어 업무 내내 실수하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저녁이면 뇌가 당을 찾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게 식습관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 조절 문제이기도 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올해 건강검진에서 혈당은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학창 시절 육상을 해서 근육량이 유지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근육 세포는 포도당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세포입니다. 근육이 많다는 것은 포도당을 쓸 공간이 그만큼 넓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총콜레스테롤이 정상보다 약간 높게 나온 걸 보면서, 그동안의 식습관이 어딘가에서는 쌓이고 있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50대에 접어들면서 이제는 집밥을 챙기고 인스턴트를 줄이는 것을 가장 먼저 실천하고 있습니다.
당뇨약, 어떤 약이 좋고 어떤 약이 위험한가
당뇨 치료에 대해서도 잘못 알려진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당뇨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점점 더 강한 약을 써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당뇨약의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어떤 약이 근본적인 치료에 가깝고, 어떤 약이 임시방편인지 구분이 됩니다.
현재 당뇨 1차 치료제로 가장 널리 쓰이는 메트포민(Metformin)은 인슐린 저항성 자체를 낮춰주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서 메트포민이란 세포가 인슐린 신호를 더 잘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약으로, 살이 빠졌을 때 혈당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출처: 약학정보원(health.kr)에 따르면 메트포민은 저혈당 위험이 낮고 체중 증가를 유발하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1차 선택 약물로 권고되고 있습니다.
반면 설포닐유레아(Sulfonylurea)라고 불리는 계열의 약은 성격이 다릅니다. 설포닐유레아란 췌장 베타세포를 강제로 쥐어짜서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하게 만드는 약입니다. 혈당을 빠르게 떨어뜨리는 효과가 강하지만, 혈당이 낮을 때도 무조건 작동하기 때문에 저혈당(혈당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상태) 위험이 상당히 높습니다. 췌장을 지속적으로 혹사시킨다는 점에서 초기 치료에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고, 저도 이 부분에서는 같은 생각입니다.
인슐린 주사는 더 나아가 췌장이 자체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포기하고 외부에서 인슐린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당뇨 치료의 마지막 단계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초기부터 적절히 관리했다면 도달하지 않아도 되는 치료법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당뇨 진단을 받으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살을 빼면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면서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체중이 다시 늘거나 식습관이 무너지면 재발할 수 있어, 약 복용 여부와 관계없이 식단 조절과 운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Q. 당뇨가 있으면 고기를 끊어야 하나요?
A. 채식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대사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고기 자체보다 밥, 빵, 면류 같은 탄수화물이 혈당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칼로리와 조리 방식은 따로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Q. 당뇨 합병증은 무조건 오는 건가요?
A. 초기에 적절히 관리하면 합병증 없이 평생 지낼 수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당뇨 자체보다 합병증이 무서운 병이기 때문에, 초기부터 가벼운 약과 식단으로 혈당을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방치할수록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Q. 한국인이 서양인보다 당뇨가 더 많은 이유가 뭔가요?
A. 아시아인은 체구가 작고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생산 용량이 서구인보다 적은 유전적 특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1970년대 이후 고탄수화물·고지방 식생활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그 한계를 빠르게 초과하게 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몸의 처리 용량보다 훨씬 많이 먹는 생활이 수십 년 누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셔서 저는 당뇨를 무서운 병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슐린 저항성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야, 두려움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합병증이 무서운 것이지, 당뇨 자체는 초기에 관리하면 평생 낮은 단계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이걸 진작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제 경우엔 올해 검진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지만, 총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며 지금의 식습관이 언제까지나 통하지는 않겠다고 느꼈습니다. 단백질은 늘리고,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운동으로 근육을 유지하는 것. 이것은 거창하고 어려운 게 아니라 충분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당뇨 관리이며 합병증 예방이라고 생각합니다.